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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 말은 영화 <남자사용설명서> 속에서도 반복된다. 특히 그 상대가 ‘남자’일 때는 더더욱.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어려운 연애를 한 편의 매뉴얼처럼 정리해보자는 아주 신박한 발상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과감하고 엉뚱한 설정 덕분에, <남자사용설명서>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 관객에게 웃음과 공감, 그리고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던져주는 영화가 되었다.
설정부터 유쾌한 연애 매뉴얼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광고 회사에 다니는 주인공 ‘최보나’(이시영 분)는 연애에는 서툰 ‘모태솔로형’ 여자다. 직장에서는 자신감 없고, 사랑에서는 더욱 눈치 없고 용기도 없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연애 코치 ‘장성기’(오정세 분)를 통해 ‘남자를 움직이는 10가지 매뉴얼’을 전수받게 되고, 이상형 톱스타 ‘이승재’(오정세 분)와의 연애를 현실화해간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이 ‘연애 매뉴얼’이라는 설정 자체다. 단순히 뻔한 로맨틱 코미디 공식을 따르지 않고, 마치 실전 연애 코칭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은 구성과 내레이션, 강의 장면들이 흥미롭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연애는 감정이지만, 그것을 행동과 전략으로 풀어낸다는 아이디어는 현실에서도 은근히 통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캐릭터의 현실성과 과장 사이
‘최보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일도, 사랑도 어설프고, 착하지만 눈치도 없고, 상황 판단도 느리다. 하지만 그녀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어느 순간 관객은 그녀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성기쌤’ 장성기는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라 할 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유치하고 과장되며, 때로는 꼰대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의 ‘남자심리 설명서’는 대부분 현실적인 부분이 많다. 그래서 더 웃기고, 때론 솔직해서 찔린다.
특히 남자 주인공인 ‘이승재’ 캐릭터는 다소 판타지적인 설정이긴 하지만, 영화 속 모든 장면이 보나의 시선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오히려 그 이상적인 모습이 ‘여성 관객의 로망’을 자연스럽게 대변해주는 역할을 한다.
웃음 속 진심 – 로맨틱 코미디의 힘
<남자사용설명서>는 유쾌한 설정과 빠른 전개, 그리고 익살스러운 연출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장면마다 다양한 ‘밈’ 요소, 코믹한 연기, B급 감성이 적절하게 섞여 있으며, 그 유머는 억지스럽기보다는 한국적 현실과 밀접해서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순히 웃긴 영화로만 남지 않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진심’ 때문이다. 단순히 ‘남자를 공략하는 법’을 넘어, 사랑 앞에서 당당하지 못한 사람들, 연애에서 상처받은 사람들, 그리고 진짜 나를 숨기고 연기를 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나는 매뉴얼에 따라 행동하며 점점 승재와 가까워지지만, 결국 자신이 아닌 ‘가짜 나’로는 진정한 사랑을 얻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다. "사랑은 기술이 아니라 진심이다."
현실 연애와 이상 사이에서
현대 연애는 복잡하다. 감정 하나만으로는 되지 않고, 타이밍도 중요하고, 말과 행동도 전략처럼 계산하게 된다. <남자사용설명서>는 그런 현실 속에서 "연애도 배우면 된다"는 시도를 보여주지만, 그 끝에는 결국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 진짜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 영화가 20대 여성에게 특히 사랑받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애를 어려워하고, 자신에게 확신이 없는 이들에게 <남자사용설명서>는 일종의 용기와 위안을 준다. "이렇게 해도 돼. 너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남긴다.
결론 –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연애 이야기
<남자사용설명서>는 B급 감성과 엉뚱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현실적인 고민과 진심이 담긴 ‘진짜 연애 이야기’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 앞에서 서툴렀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 이런 매뉴얼을 알려줬다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영화는 마지막에 가서 조용히 말해준다. 진짜 필요한 건 매뉴얼이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이라는 걸.
그렇게 <남자사용설명서>는 웃음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따뜻한 로맨틱 코미디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