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 '완득이'를 봤을 때, 기대는 크지 않았다. 흔한 청소년 성장 영화, 혹은 교사-학생 간의 특별한 이야기쯤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후, 마음 깊은 곳에서 묵직한 무언가가 올라왔다. 그 감정은 '따뜻함'과 '씁쓸함', 그리고 '공감'이었다. "완득이"는 단순한 성장 영화가 아닌, 누군가의 외로움과 사회의 무관심을 품어 안는 이야기였다.
불편하지만 정직한 현실
완득이는 학교도, 집도, 사회도 모두에게 적응하지 못하는 17살 소년이다. 아버지는 장애를 갖고 있고, 어머니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로 오랜 시간 곁에 없다. 반면, 담임 선생님 동주는 말 많고 간섭도 많으며, 자꾸 완득이 인생에 끼어든다.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힘든 아이'와 '오지랖 선생님'의 구도다.
그런데 영화는 이 전형적인 관계를 아주 자연스럽게 뒤집는다. 동주 선생은 단순한 정의감으로 완득이를 챙기는 게 아니라, 그저 솔직하고 무례할 정도로 본능적인 인간이다. 욕설도 하고, 감정적으로 반응도 하며, 때로는 완득이를 더 아프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솔직함 덕분에 완득이는 처음으로 누군가와 '진짜 관계'를 맺게 된다.
우리 모두의 성장통, 완득이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완득이라는 인물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에 있다. 청소년기의 분노, 무력감, 고립된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캐릭터는 보는 이로 하여금 ‘나도 그랬지’ 혹은 ‘우리 아이도 그럴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완득이는 싸우고, 도망가고, 속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누군가의 '있는 그대로의 관심' 덕분에 서서히 마음을 열고,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특히 어머니와의 재회 장면은 많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사회가, 제도 안에서의 기준이 그를 고아처럼 만들었지만, 사실 그는 부모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이'였다. 그 감정이 뒤늦게라도 완득이에게 닿았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모든 미완의 상처에도 불구하고 성장은 가능하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현실을 비추는 거울, 따뜻한 시선
영화는 복지 사각지대, 다문화 가정, 교육 현장의 모순 등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지만, 결코 설교하거나 진지하게만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캐릭터들의 일상적인 말투, 코믹한 상황 설정, 시종일관 가볍게 풀어내는 방식 덕분에 오히려 현실감은 더 살아 있다. 그리고 그런 방식이 더 강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다면’, ‘우리가 조금만 더 용기를 냈다면’, 완득이는 더 빨리 자신을 사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누군가의 인생에 작은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것은 아주 큰 변화로 이어진다. 영화는 그 사실을 담담하게 전해준다.
결론 – 모든 완득이에게 바치는 이야기
완득이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누군가는 완득이처럼 방황했고, 또 누군가는 동주 선생처럼 누군가에게 무례하게 다가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만남이 결국 서로의 인생에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이 영화는 한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세상 속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가 받아야 할 관심과 이해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진심 어린 관심이 사람을 바꾼다는 아주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리를 말이다.
완득이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나도 누군가에게 ‘동주’였던 적이 있었을까? 혹은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존재였을까?
지금 당신 주변에도, 말은 없지만 마음속에 수많은 이야기를 가진 ‘완득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 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