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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게 풀어낸 20대의 성장기, 영화 〈색즉시공〉 리뷰

by discoverkore 2025. 3. 26.

색즉시공 영화 포스트
색즉시공 영화 포스트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을 때, 아니면 학창 시절의 풋풋하고 엉뚱한 추억이 그리울 때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바로 2002년 개봉한 한국 코믹 영화 〈색즉시공〉이다.
개봉 당시 4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이 영화는,
성을 중심으로 한 청춘의 욕망과 좌충우돌 성장기를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 제목부터가 도발적이다.
불교에서 나온 말인 ‘색즉시공(色卽是空)’ — ‘모든 형상은 허상이다’라는 뜻을
과감하게 뒤틀어, 20대 남성들의 ‘성적 욕망’과 ‘허망함’을 재치 있게 엮어냈다.

대학생, 그 뜨겁고 찬란한 청춘의 민낯

영화는 주인공 은식(임창정 분)이 모태솔로, 모태순결 상태로 대학 생활을 이어가며 겪는
성(性)에 대한 고민, 친구들과의 수다, 연애에 대한 환상, 그리고 현실의 벽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은식은 몸은 건강하지만 연애에는 서툴고, 성적인 욕망은 넘치지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를 모른다.
그러다 우연히 만나게 된 보영(하지원 분)에게 빠져들며,
그의 인생에 처음으로 ‘사랑과 성’이라는 진짜 문제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진지하게 그려지기보다는,
임창정 특유의 ‘허당’ 연기와 함께 온갖 말도 안 되는 상황들 속에서
웃기고도 뭉클하게 풀려 나간다.

당시 한국 사회에서는 성에 대한 개방이 지금보다 훨씬 조심스럽고 보수적이었기에,
〈색즉시공〉은 꽤나 파격적인 시도였다.
그러나 선정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성적 환상과 현실의 괴리를 코믹하게 꼬집으며,
많은 청춘들의 공감을 얻었다.

임창정의 원맨쇼, 하지원의 반전 매력

이 영화에서 임창정은 그야말로 원맨쇼를 펼친다.
굳이 멋있으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철저히 찌질한 모습까지 보여주며
극에 몰입도를 더한다. 그의 과장된 표정,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미디,
그리고 순수한 감정 연기가 절묘하게 섞이며
"이건 임창정이 아니면 절대 못했을 캐릭터"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반면 하지원은 기존의 단아하고 진지한 이미지와 달리,
이 영화에서는 성숙하고 당당한 여성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주도적인 여성상을 보여주며 당시로서는 꽤 신선한 인상을 남겼고,
두 배우의 케미 역시 이 영화의 큰 재미 요소다.

조연들도 영화의 분위기를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성에 집착하지만 어딘가 허술한 친구들, 어이없는 대학 동아리 상황,
허무맹랑한 상상 장면 등은 모두 ‘병맛’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절묘한 웃음 포인트가 된다.

성을 코믹하게 다루되, 본질은 성장

〈색즉시공〉이 단순한 성코미디로만 기억되기엔 아쉬운 이유는,
그 안에 ‘성숙하지 못했던 청춘의 방황’과 ‘첫 사랑의 풋풋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은식이 보영과의 관계를 통해 성에 대해 환상만 품던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이란 감정이 단지 육체적인 것만이 아님을 깨달으며
한 뼘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웃음과 함께 묘한 여운도 남긴다.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건 단순히 "성이 웃기다"가 아니라,
"우리는 모두 그런 시기를 지나왔고, 때론 웃기고 창피하지만 그것도 성장의 일부였다"는 메시지다.
그래서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봐도 여전히 유쾌하고 따뜻하다.

총평 – 20대의 민낯을 유쾌하게 그려낸 성(性) 코미디의 대표작

〈색즉시공〉은 2000년대 초반 한국 청춘 코미디 영화의 대표작이다.
코믹하게 성을 이야기하지만, 결코 저급하거나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누구나 공감할 만한 ‘20대의 낯뜨겁고도 서툰 성장기’를
재기 발랄하게, 웃기게, 때로는 뭉클하게 풀어낸 영화다.

다소 촌스러울 수 있는 당시의 시대감이나 유행어들마저
지금 보면 오히려 그 시절만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청춘이 지나간 사람들에겐 향수로, 청춘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겐 위로와 웃음으로
여전히 유효한 영화. 바로 〈색즉시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