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영화가 아니라 현실 뉴스 아닌가?"
2018년 개봉한 영화 ‘게이트(Gate)’는 한때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비선 실세 국정농단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실제 정치 이슈를 영화 속으로 끌어와 유쾌한 범죄 코미디로 풀어낸 이 영화는, 가볍지만 묵직한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하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독은 신재호, 주연은 정려원, 임창정, 이경영, 정상훈 등 개성과 연기력이 돋보이는 배우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특히 임창정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정려원의 새로운 이미지 변신이 인상적이죠.
🕵️♂️ 줄거리 – 우리가 터는 건 금고가 아니라 부조리다
기억을 잃은 검사 출신의 여성 ‘소은(정려원 분)’과 한때 잘 나갔던 사기꾼 ‘규철(임창정 분)’이 만나게 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우연한 계기로 한 권력자의 비밀 금고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 이들은, 자신만의 이유로 금고를 ‘털기’로 결심하고 팀을 꾸립니다. 이 팀에는 범상치 않은 과거를 지닌 인물들이 합류하면서, 점점 이야기는 좌충우돌 코미디 속으로 빠져듭니다.
하지만 단순한 ‘도둑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화는 금고에 숨겨진 불법 자금, 권력자들의 비리, 그 뒤에 있는 ‘비선 실세’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죠. 이 모든 설정이 실제 사건을 연상시키는 장치로 작동하면서, 관객에게 묘한 현실감을 줍니다.
😂 웃기지만 현실적, 풍자가 살아 있는 시나리오
‘게이트’는 코미디 영화지만, 단순히 웃기기만 한 영화는 아닙니다.
시대적 배경과 현실 정치에 대한 패러디가 뒤섞이면서 웃음 속에 묘한 씁쓸함이 남습니다.
예를 들어 권력의 힘으로 어떤 사건이 덮이고, 수사 결과가 왜곡되는 장면 등은 실제 뉴스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이 장면들이 과장처럼 보이지만, 사실 현실보다 덜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아이러니이죠.
그럼에도 영화는 무거운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적절한 유머와 캐릭터들의 리듬감 있는 대사, 빠른 편집으로 경쾌하게 전개되며, 극장 내 분위기를 밝게 유지합니다. 관객은 코웃음을 치면서도, 어느새 사회를 향한 뼈 있는 한 마디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죠.
🎭 캐릭터 플레이 – 임창정과 정려원의 케미
이 영화의 중심축은 단연 임창정과 정려원입니다.
임창정은 본인의 특기인 능청스러운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며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한물간 사기꾼이지만 똑똑하고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한 규철 역은, 그의 실제 이미지와도 맞아떨어져 보는 내내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하죠.
반면 정려원은 기존의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기억을 잃은 검사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맡아 신선한 인상을 남깁니다.
무표정 속에서도 감정을 드러내는 연기, 냉철한 판단력과 어딘가 모르게 코믹한 감성이 공존하는 모습은 이 영화의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연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경영, 정상훈, 이문식 등 개성 있는 배우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극을 유쾌하게 이끌며, 단조로울 수 있는 플롯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 결론 – 가볍게 웃지만, 끝에 남는 묵직한 한 마디
‘게이트’는 단순한 범죄 코미디로 보기에는 아까운 영화입니다.
실제 사건을 오마주하며 현실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이를 유쾌하게 비틀면서 관객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다소 과장되거나 설정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그것마저도 이 영화의 장르적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이건 영화일 뿐이야."라고 웃고 넘길 수도 있지만, 영화를 본 후 마음 어딘가에 묘하게 남는 여운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묻게 됩니다.
“진짜 털려야 할 게 금고일까, 아니면…”
현실과 코미디 사이, 묘한 균형을 잘 잡은 영화 ‘게이트’.
가볍게 웃고 싶은 날, 하지만 뭔가 생각할 거리를 안고 극장을 나서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